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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12-12 15:08

학계원로들의 호통 "지도자를 키워내던 대학은 다 어디갔냐?"

글쓴이 : Daniel

문진연구센터 융합심포지엄
조선일보 | 전병근 기자 | 입력 2011.05.18 03:16

"우리 교육 현실은 용감한 전사(warrior)를 기르는 잔혹한 훈련만 있을 뿐 품격있는 기사(knight)를 양성하는 덕성 교육은 퇴색하고 있다."

학계 원로들의 비판은 매서웠다. 17일 문진연구센터가 연 제2회 문진융합심포지엄. 주제는 '우리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였다. 문진연구센터는 교육과학기술부 와 한국연구재단 이 벌이는 '인문사회-과학기술 학제 간 융합연구지원사업'의 집행 기구다. 이날 정범모 전 한림대 총장 등 교육 관련 학계 원로들은 우리 교육 현실의 난맥상과 좌표 상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올렸지만 이는 전투력 강화를 통해 거둬들인 전리품일 뿐인지 모른다"면서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어디에 활용할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교육과 훈련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기사의 품격과 자질을 지닌 탁월한 젊은이들까지 전사의 훈련만 거쳐 전쟁터로 내모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박영식 전 교육부 장관은 대학이 "큰 안목을 지닌 지도자를 육성하는 기관에서 취업에 적합한 '세분화된 응용학문 전공자'라는 작은 인물을 배출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했다. 지난 60년 대학의 변화상도 '외화내빈'이라고 했다. 2010년 현재 대학(2년·4년제 합산)이 361개에 이르고, 대학생 수는 대입 적령인구 대비 89%에 육박한다. 캠퍼스도 외국 못지않다. 하지만 강의는 여전히 일방통행식이고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48.6명이나 된다. OECD 평균인 14.7명의 3배 이상이다. 교수들은 학생 수 과다와 연구 실적 부담 등을 이유로 교육에 소홀하다고 박 전 장관은 지적했다.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교육 행정의 비대화와 무책임을 질타했다. 그는 "우리 교육행정은 일제에게서 물려받은 경직된 명령체제 틀에서 크게 못 벗어나고 비대해지기만 했다"면서 "가장 포괄적인 부작용이 전교조의 횡포"라고 했다. 그는 "전교조는 출범 당시만 해도 문교부의 시대착오적 행정명령체계에 반발한 신선한 취지의 교사운동이었지만, 교육부가 이를 정책화 통로로 활용하는 대신 견제만 하는 사이 반체제 성향 교사들의 온상이 되었고 급기야 친북반미 이념 선전의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교육부는 전교조 반대에 부딪히면 어떤 정책도 실행하지 못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지난 10년 '창의 교육'을 앞세웠던 제7차 교육과정이 학습량 감축과 과도한 선택권에 의해 심각한 학력 저하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적분 기호도 모르는 공대 신입생이 등장하고 적잖은 학생들이 부모 이름을 한자로 적지 못하고 대부분 학생들은 세계 지리·역사에 문외한이다. 이 교수는 80개나 되는 고교 선택과목도 임의적인 '과목 쪼개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 문화센터에서도 불가능할 정도의 과도한 수준"이라며 "무늬만 선택 중심인 과목 분화를 지양하고 융합형 교양 교육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